본문 바로가기

중국리포트/중국미래

중국3중 전회

3중 전회 개최

지난 2013년 11월 9일에서 12일까지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상황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연초에 이미 시진핑-리커창 지도부가 새로 출범한 상태에서  18기 3중 전회는 이들이 앞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경제인 중국을 앞으로 10년 동안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회의였습니다.

 

그런데 개혁개방, 즉 시장화와 세계화의 기치아래 30년 동안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의 경제성장은 이제 그 정치사회적인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내외의 일치된 관측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가 어느새 소득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0.5에 육박하여 한국이나 미국보다도 소득분배가 불평등한 나라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편에서는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국민소득의 50%를 넘나들 정도로 지나치게 투자에만 의존해 온 기형적인 성장모델을 더 이상 지속하기를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어느새 중국의 일인당 국민소득도 6,000달러를 넘어서,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성장이 정체되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뭔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에 화답하듯이, 시진핑-리커창 지도부는 과감하고 종합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집권 초부터 공언했습니다. 이른바 "정층설계(頂層設計, top-level desing)"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개혁의 로드맵과 시간표를 준비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이 모두가 강력한 하향식 개혁의 전조라고 믿어졌고, 그 기대는 이번 18기 3중전회로 집중되었습니다.



심지어 3중전회를 앞두고는 "383방안"이라고 불리는 문서가 언론에 유포되면서, 광범한 분야의 획기적 개혁이 사실상 결정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 방안을 집필한 사람이 시진핑의 책사이자 중국 공산당의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실무책임자(판공청 주임)인 류허(劉鶴)로 밝혀져 그러한 소문의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뚜껑이 열린 개혁안

12일 저녁 3중전회가 폐막된 지 두 시간 후에 이번 3중전회의 토의 내용을 요약한 “공보(公報)”가 관영 신화사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그 동안 중국 내외에서는 개혁의 핵심분야로 국유기업, 금융, 재정, 도시화 네 가지에 주목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과도하게 팽창한 국유기업 부문의 성장을 억제하고 민영기업을 발전시키는 대한 획기적인 조치와  금융분야에서도 오랫동안 미루어온 금리자유화나 환율자유화에 대한 시간표가 제시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령화와 사회보장 확대 추세 속에서 지속가능한 재정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될 것이고, 리커창 총리가 누차 강조해 온 새로운 중국의 성장동력인 “도시화”에 대해서도 그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입니다. 

그런데 “공보”는 3중전회에서 통과된 “개혁의 전면적 심화에 관한 중대문제에 대한 결정”의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하면서 그 동안의 기대와 예상을 모두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공유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이며, 흔들림 없이 국유경제의 주도적 역할을 지속”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중국경제의 공룡으로 등장한 국유기업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고 국유기업의 비효율이나 독점의 폐해를 시정하겠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최소한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주요산업은 국유기업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분명해진 것 입니다.

당장이라도 그 시간표가 제시될 것 같았던 금리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환율자유화에 관한 얘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제 막 출범식을 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를 언급하면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금융개혁과 금융개방의 제한적 실험을 시사했을 뿐 입니다. 좋은 말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인 개혁이지, 사실상 무기한 연기에 가까운 얘기였습니다.

재정문제에 있어서도 당장의 문제인 지방정부의 채무누적의 해결이나, 사회보장 재원의 확보의 장기플랜 등 관심의 초점이 된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국가통치의 기초이자, 사회공평을 촉진하고 국가안정을 실현할 제도적 보장”이라는 원칙만 되뇌었을 뿐입니다.

향후 10년 이상 중국 내수성장의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도시화를 촉진할 제도적 방향에 관해서도 화끈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즉 도시화의 중요한 제도적 장애인 중국 특유의 호구(戶口)제도나 농민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농촌토지소유제도에 대한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고 그저 막연하게 “농민이 현대화 과정에 평등하게 참여할 있게 하고”, “농민의 재산권을 많이 부여하며”, “도시-농촌 간의 평등한 요소거래를 추진”한다는 말로 에두르고 있을 뿐 입니다. 

물론 이러한 언급은 집체소유제에 묶여 있는 농민의 경작지에 대해 강한 소유권을 보장해 준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도 있고, 이는 농민들이 쉽게 토지를 처분하고 도시로 올라올 있도록 촉진할 수도 있으나, 지금과 같은 모호함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사실 필요한 답은 농민들이 어떻게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안정적인 도시민으로 정착할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색깔을 잃은 지도부

사실 3중전회 직전까지만 해도 시진핑-리커창 지도부에 대해서는 “균형지향적”, “민생지향적”, “개혁지향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시-리 지도부는 후진타오 정권 후반기부터 시작된 “성장전략의 전환”을 계승해서, 대외수출과 높은 수준의 투자에 의존하는 10%대 고도성장 경제를, 내수소비와 안정적인 투자에 의존하는 7%대 안정성장 경제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평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장률 하락을 감수하는 대신, 심각한 소득불평등 문제를 완화시키고, 고도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각종 제도적 왜곡을 개혁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첫 개혁의 뚜껑이 열린 시점에서, 시-리 지도부의 색깔과 지향은 오히려 더 미궁에 빠졌습니다. 가령 전임 장쩌민 주석이 덩샤오핑의 지원을 받아 1993년에 제기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중국경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분명한 효과를 가졌고, 후진타오 정부가 집권 초 제기한 “전면적 소강(小康)사회”는 균형성장을 지향하겠다는 후진타오 정부의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였습니다. 대조적으로 시진핑-리커창 지도부는 내용과 지향이 분명치 않은 “개혁의 전면적 심화”를 자신들의 첫 비전으로 내놓았습니다. 시장은 궁금증을 풀기보다는 무슨 개혁을 어떻게 심화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